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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IGO

당신의 밥그릇이 당뇨를 부른다: 한국인을 위한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의 과학적 근거

by saligo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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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인에게 밥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밥 먹었어?"라는 인사말에서 알 수 있듯, 밥은 우리 식문화의 중심이자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 하얀 밥그릇이 당뇨병과 비만의 주범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한국인의 탄수화물 과다 섭취, 그 위험성

한국인의 평균 탄수화물 섭취량은 총 에너지의 65% 정도로, 미국인(49.5%)보다 15%나 높습니다. Journal of Korean Diabetes에 발표된 강은희 임상영양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높은 탄수화물 섭취는 인슐린 과다 분비를 유발하고, 이는 인슐린저항성과 제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한국인의 체질적 특성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서구인에 비해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약 15-30% 정도 낮아 인슐린을 덜 만들어내는 체질입니다. 이는 우리가 서양인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도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인은 훨씬 낮은 췌장의 지방함량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췌장 베타세포가 손상에 더 취약함을 의미하며 인슐린저항성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 됩니다."

 

인슐린과 체지방 축적의 숨겨진 관계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슐린의 역할을 알아야 합니다. 인슐린은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 아닙니다. 강은희의 연구는 인슐린이 체지방 축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지방세포에서 지방분해효소(HSL)를 억제하고, 지방조직의 지단백 분해효소(LPL)를 활성화시켜 체지방을 증가시킵니다.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 후 인슐린 분비가 많아진 상태에서는 지방조직의 LPL이 활성화되어 주로 VLDL의 중성지방을 분해하여 지방산을 지방조직으로 유입시킵니다."

반면,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지방을 적절히 섭취하면 인슐린 분비가 줄어들어 근육에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이 적고 지방이 높은 식사 후, 즉 인슐린이 적게 분비되는 상태에서는 근육세포의 LPL이 활성화되어 주로 CM의 중성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세포로 지방산 유입이 증가합니다."

 

고탄수화물 식사가 가져오는 대사적 문제

고탄수화물 식사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강은희의 연구는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가 어떻게 간에 부담을 주는지 설명합니다.

정상적으로는 섭취한 당의 대부분(80~90%)이 골격근으로 유입되지만, 혈당과 인슐린이 지속적으로 높은 경우 근육의 당 흡수 능력이 한계에 도달합니다. 남은 당은 간으로 유입되어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거나, 중성지방으로 전환됩니다.

"간에서는 잉여당을 글리코겐으로 전환하여 저장하거나, 필요 시 분해하여 혈액으로 방출합니다. 그러나 간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면 중성지방을 합성하여 VLDL 형태로 혈액에 방출하게 됩니다."

만약 간에서 VLDL로 만들어 혈액으로 방출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거나 VLDL 합성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간세포 내에 지방이 축적되어 비알콜성지방간(NAFLD)이 발생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과당, 고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비만인에서 NAFLD 발생이 빈번합니다."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의 과학적 원리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는 방법입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혈당 상승이 적어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고, 이는 체지방 축적을 줄이고 근육에서의 지방 연소를 촉진합니다.

강은희의 연구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가 어떻게 지방 대사를 개선하는지 설명합니다. 식사에서 섭취한 지방(긴사슬지방산)은 카일로마이크론(CM) 형태로 혈류로 보내지고, 인슐린이 적게 분비되는 상태에서는 근육세포의 LPL이 활성화되어 이 CM의 중성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으로 지방산을 유입시킵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 후에는 근육조직의 LPL이 활성화되어 근육으로 지방산이 유입되고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생성이 원활해지며 HDL 합성이 증가합니다."

이는 체중 감소뿐만 아니라 혈중 지질 프로필 개선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 어떻게 시작할까?

강은희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실천 가능한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탄수화물 섭취 줄이기: 밥, 빵, 면, 떡 등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과일 주스나 탄산음료 대신 물이나 차를 마십니다.
2. 건강한 지방 늘리기: 올리브오일, 아보카도, 견과류, 생선, 계란 노른자 등 건강한 지방을 적극적으로 섭취합니다.
3. 단백질 적절히 섭취하기: 육류, 생선, 계란, 두부 등 양질의 단백질을 매 끼니 포함시킵니다.
4. 식사 순서 바꾸기: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은 나중에 먹으면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할 수 있습니다.
5. 간식 대체하기: 과자나 빵 대신 견과류, 치즈, 삶은 계란 등으로 간식을 대체합니다.

처음부터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건강한 지방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접근

강은희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비율을 개인에 맞게 조절하면서 혈당과 체중 목표에 맞는 식단을 계획한다면,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한국인과 같이 탄수화물 섭취가 많고 췌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인구집단에서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의 효과가 더욱 클 수 있습니다.

"당뇨병을 처음 발견하고 치료했던 시기에는 저탄수화물 식사를 사용했지만, 그 후 저지방 식사로 방향을 전환하여 오랜 세월을 지내왔습니다. 그 결과 당뇨병 발생률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제는 당뇨병 식사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론: 밥그릇의 크기를 줄이고 건강을 채우자

우리의 식문화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밥그릇의 크기를 조금 줄이고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을 늘리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강은희의 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인슐린 분비를 줄이고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여 혈당 조절과 체중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보여줍니다.

당신의 식탁에 작은 변화가 당신의 건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밥 한 공기 대신 반 공기로, 빵 대신 계란으로, 과자 대신 견과류로 바꿔보세요. 당신의 췌장과 혈당이 당신에게 고마워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강은희. 혈당조절과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 Journal of Korean Diabetes 2018;19:237-245.
https://doi.org/10.4093/jkd.2018.19.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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